일본의 등록 맨션 전문 관리회사의 수는 429개사(2002년 기준)이며, 관리 호(戶)수 기준 톱․랭커를 보면, 다이쿄(大京)관리(1969년 설립)가 1위로 29만 3천호, 일본하우징(1966년)이 2위로 22만 2천호, 도큐(東急)커뮤니티(1970년)가 3위로 21만 7천호, 하세코(長谷工)커뮤니티(1978년)가 4위로 14만 3천호를 각각 관리하고 있다. 일본의 맨션관리 역시 자치관리와 위탁관리로 구분될 수 있으며 위탁관리 비중은 78.6%로 알려져 있다.
2000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523만호로 전체 주택의 48%를 점하고 있으며 1개 단지 당 평균 세대 수는 322세대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등록 공동주택 전문 관리회사는 385개사 이며 위탁관리의 비중은 58.2%이다. 이 가운데 1위인 우리관리(1980년 설립)는 2003년 말 기준으로 26만 2천호를 관리하고 있으며 2위 그룹 회사들은 20만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와 일본의 아파트(맨션) 위탁관리 회사를 비교해 보면 일견 큰 차이가 없어 보이거나, 설립연도에서 보듯이 일본이 우리나라 보다 위탁관리의 역사가 10년 남짓 앞서 있는 정도만큼 앞선 것 같이 생각될 수 있겠다. 그러나 아파트의 절대 숫자나 밀집도(단지 당 평균 규모), 위탁관리의 비중 등을 고려해 보면 우리나라의 위탁관리는 일본의 그것보다 많이 뒤쳐져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내용을 들여다보면 교육시설 하나만 보더라도 그 차이는 더욱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위탁관리의 역사 일본이 10년 앞서
일본의 상위 랭킹 관리회사들은 대체로 자사의 본사 사옥과 더불어 별도로 관리원을 양성하는 교육시설을 갖고 있다. 2001년 가을 무렵, 국내의 모(某)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들을 안내하여 일본의 대표적인 맨션 전문 관리회사인 도큐(東急)커뮤니티와 하세코(長谷工)커뮤니티를 견학한 적이 있었다. 양사 모두 본사 건물과는 별도로 교외의 조용한 곳에 ‘기술센터’란 것을 설치․운영 중에 있었는데 방문한 모든 관계자들의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들었다.
일본의 단위 맨션별 규모가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작고 인건비가 비싼 바, 일본의 관리회사들은 철저히 1인 다기능화, 순회방문관리 및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한 원격관리 시스템으로 대응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기술센터’였다.
예로, 하세코커뮤니티의 기술센터는 크게 맨션관리스퀘어(Square), 빌딩관리스퀘어, 가든관리스퀘어으로 구분된 다음, 다시 세부 교육 존(Zone)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맨션관리스퀘어를 예로 들면, 급수설비 연수존, 배수설비 연수존, 소화설비 연수존, 방화설비 연수존, 소화훈련룸, 프론트 오피스 연수존, 방재센터 연수존, 엘리베이터 연수존, 각종기기 실습(해체․조립․실험)존, 클리닝 연수존, 가정내 부설설비 체험 존, 가정내 내장재 체험존, 옥상시설 연수존, 리폼존, LAN시설 연수존 등으로 세분화 되어 1인 다기능화의 체계적인 교육 훈련을 받도록 계획되어 있었다. 또한 구형 모델부터 최신 모델의 설비들에 이르기 까지 모두 갖추어 어떤 유형의 시설(즉, 오래된 맨션이든 신축맨션이든)이라도 관리원들이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1인 다기능화, 순회방문, 원격관리
또한 관리원(Life Manager)을 지망 하는 사람들의 추세가 청․장년기에 타 직장에서 근무를 하고 전직하는 경우가 많은 바, 초기에 1~2개월 충분히 기술센터에서 기초 훈련(Off the Job Training)을 시킨 다음, 3~4개월 현장실습(On the Job Training) 기간을 거치게 하는 등, 입문 교육기간을 최고 6개월까지 상상 이상으로 길게 잡고 있었다.
그 외에도 기술센터에는 24시간 원격감시 시스템으로 ‘OWL(올빼미)24’를 가동 중에 있었으며 8명이 24시간 관동지역(관서지역은 오사카에 센터가 있음) 7만 세대를 대상으로 서비스(감시) 중에 있었다. ‘OWL24’는 국내에서도 볼 수 있는 전문 기계경비 회사가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네트워크 관제 시스템을 갖추고 방재, 방범, 비상대응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비상시에 1차 출동만을 경비 전문 경비용역회사에 아웃소싱하고 있는 발전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이러한 기술센터 한 가지 예에서만도 알 수 있듯이, 무엇이 공동주택 관리 시스템에 있어 우리나라와 일본의 극심한 차이를 가져오게 한 것일까? 오히려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아파트가 전체 주거형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밀집되어 있는 우리나라가 관리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더 나은 것이 아닐까? 예로 든 하세코커뮤니티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위탁관리 회사들과 시기적으로 출발점도 크게 다르지 않지 않은가?
기술센터가 관리 ‘핵심’
그 원인은 단적으로 현행의 ‘한국식 위탁관리’ 제도와 관행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현행의 우리나라 위탁관리 방식은 사실상 자치관리와 위탁관리의 중간형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리소장을 통하여 직접해결하고 위탁관리회사의 역할은 노사문제에 책임을 지는 ‘인력파견업’ 혹은 사고발생에 대비한 ‘보험회사’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한 우리나라 공동주택 위탁관리업의 발전은 요원하다고 보여 진다. 1979년 공동주택관리령이 생긴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25년간, 일본의 위탁관리회사는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을 거듭하여 오늘날의 모습을 이룩하고 있었으나, 우리나라 위탁관리 회사들은 더욱 열악해진 위탁관리수수료 단가에 의지하며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우리 업계를 흔들고 있는 위탁관리 사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문제도 ‘한국식 위탁관리’ 관행이 불러 온 예고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위탁관리 사업장의 관리소 직원들은 위탁관리회사의 직원’이라는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관리소 직원들의 급여 책정은 물론, 직원 인건비와 관리소 운영경비라 할 수 있는 일반관리비를 각 사업장(단지)별 입주자 대표회의가 직접 결정하고 집행하는 현행의 ‘한국식 위탁관리’ 시스템을 이제 한국 내에서 조차 더 이상 인정받기 어렵게 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정부(재경부)는 아파트의 용역 경비나 청소 사업자보다도 위탁관리 사업자가 더 못할 것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자기 직원들에 대한 급여 책정을 하지 못하고 인건비를 회사가 받지도 못하는 원칙에 벗어난 잘못된 관행을 ‘도저히’ 이해 못하고, 인정도 못 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위탁관리 사업자들은 비정상적인 관행을 고집하거나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위탁관리와 자치관리의 차이점이 뭐냐는 질문을 고객들로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관리소 직원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회사의 신뢰도를 높여 정당한 용역의 대가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식 위탁관리’ 관행 고쳐야
아파트 관리 서비스의 소비자들인 입주자(대표)들도 앞서 설명한 일본 관리회사의 앞선 시스템을 보고 ‘왜 우리나라 위탁관리회사들은 그렇게 못 하는가’라고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일본은 제조업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일본의 제조업을 세계 최고로 만든 것은 까다로운 일본의 ‘소비자’란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하겠다. 일본 관리회사와 같은 서비스를 기대한다면 그러한 관리회사가 인정받고 성장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은 고객들의 몫이다. 일단 위탁관리로 관리방식을 결정한다면 모든 것을 믿고 맡겨주어야 한다. 직원들에 대한 평가 및 그에 따른 적정 급여 책정은 기업을 움직이는 가장 기본 되는 힘이다. 기업에선 ‘인사가 만사’란 말도 있음에도 그것부터 부정 받는 ‘한국식 위탁관리’에서 기업의 성장이란 불가능에 가까울지 모른다.
앞으로는 ‘위탁관리’든 ‘자치관리’든 분명한 선택을 고객의 입장에서부터 해야 할 것이며, 위탁관리 회사는 자치관리 보다는 위탁관리가 더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나은 서비스를 보장 받는 시스템이란 이미지가 고객들에게 인식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국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의 출범이 우리나라 공동주택 관리 시스템과 문화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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