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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거리/스크랩

[펌] 김윤진의 할리우드 진출기

‘로스트’로 美안방극장 호령하는 김윤진의 할리우드 진출기

“바쁜 척, 인기 많은 척! 남자친구에게 연애 걸듯이 할리우드 문 두드렸어요”
배우 김윤진이 미국 ABC 방송의 드라마 ‘로스트(Lost)’에 출연, 미국 방송계에 성공적으로 닻을 내리고 있다. 그녀는 현재 할리우드 영화 ‘조지아 히트’의 여주인공으로도 출연이 확정된 상태. 전 소속사와 송사에 휘말리며 2003년 한 해 동안 암울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김윤진은 힘든 시간들이 오히려 자신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성공적인 할리우드 진출로 주목받는 배우 김윤진의 어제 그리고 내일.

ABC 드라마 ‘로스트’로 미국 시청자들 관심 한 몸에

영화 ‘쉬리’의 여전사 김윤진(31)이 할리우드에 태극기를 꽂았다. 미국 ABC 방송의 인기 드라마 ‘로스트’를 통해 미국 시장에 얼굴을 알린 것. 김윤진이 출연하고 있는 ‘로스트’는 같은 시간대 미국 방송 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중인 흥행작이다. 매주 수요일 약 1천8백만 명의 미국인이 이 드라마를 본다. 현재 출연중인 드라마의 홍보 차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김윤진은 “한국 배우가 미국 드라마를 소개하려니 뜻밖이고, 고맙고 살짝 어색하기도 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윤진의 첫 미국 진출작인 ‘로스트’는 10여 년 동안 ‘인기 드라마 불모지대’로 수모를 당하던 ABC가 사활을 걸고 제작에 임한 드라마 시리즈. ABC는 ‘로스트’를 위해 영화 ‘아마게돈’ ‘미션 임파서블 3’를 쓴 스타 프로듀서 J. J. 아브람스를 제작감독으로 기용했고, 회당 4백만 달러(약 46억원)의 거대한 자본을 쏟아 붓고 있다. 출연진의 면모 또한 주목할 만하다. 현재 ‘반지의 제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도미니크 모나한, 1996년 골든 글로브 최우수 드라마상을 수상한 TV 시리즈 ‘파티 오브 파이브’로 널리 이름을 알린 매튜 팍스가 김윤진과 함께 이 드라마에 출연중이다. 미국의 주목받는 인기 드라마에 우리나라 배우가 주인공으로, 그것도 극중에서 ‘한국 사람’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지극히 고무적인 일.
“미국에 아시아계 인종은 3%에 지나지 않는데 쉽지 않은 일이 제게 벌어진 거죠. 미국인들이 아직 한국 영화를 잘 모르고, 아시아 하면 중국이나 일본을 떠올려서 속상했는데 ‘로스트’를 통해서 그들에게 ‘아, 한국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심어준 것 같아 배우로서, 교포로서 기분 좋아요.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잡으려구요.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정말 열심히 할게요.”
‘로스트’는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불시착한 14명이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차례로 죽임을 당하는 미스터리물. 극중에서 김윤진은 출장중인 남편 ‘진’과 함께 사고를 당한 한국 여자 ‘선’ 역을 맡았다.
사실상 미국 드라마에 진출한 한국 배우 1호로 기록될 배우 김윤진.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자축할 만한데 김윤진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그들에게서 이래저래 파격적인 대우까지 얻어냈다.
“제가 맡은 ‘선’은 원래 없던 역이에요. 감독님이 세 번 미팅 끝에 저를 캐스팅했고, 그 다음에 배역을 만들어주셨죠. 지금 생각해보면 운도 따랐던 것 같아요. 현재 ABC와 전속 계약을 맺고 활동중인데, 그 또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더라구요. 얼굴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속 계약이라니 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에요.”
김윤진은 한국어가 30분 이상 미국 방송 전파를 타게 하는 공도 세웠다.

“에피소드마다 주인공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방송되는데, 제 차례인 6회에 저랑 상대역인 다니엘 김이 한국말로 대사 하고 아래 영어로 자막이 나가요. 그냥 농담처럼 ‘한국말로 하면 어떨까’ 했는데 감독님이 응해주셨죠. 사실 미국인들은 자막 읽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모험일 수 있었던 부분인데 제작진들의 마음이 열려 있어 다행이었죠. 제가 복이 좀 많은가 봐요.”

미국서 드라마와 영화, 두 마리 토끼 한 번에 잡다

김윤진이 처음으로 할리우드 문을 두드린 것은 지난 2003년 말. 미국의 메이저 에이전트 윌리엄 모리스와 계약을 체결,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김윤진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현지 캐스팅 매니저들과 수차례 미팅을 가지며 기회를 타진해왔다. 운이 풀리기 시작한 것은 ABC 방송의 캐스팅 총책임자 켈리 리를 만나면서부터. 김윤진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한국 교포 켈리 리는 그녀에게 ABC 방송의 전속을 제안했고, 그 덕에 김윤진은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감 있게 미국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로스트’가 전파를 타기 시작하면서는 그녀의 행보에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하는 ‘게이샤의 추억’, 빌리 보브 손튼이 출연하는 ‘조지아 히트’ 등 영화 출연 섭외가 봇물을 이루기 시작한 것. 할리우드에 진출한 지 정확히 1년 만에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는 월척을 낚은 김윤진은 “TV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스타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다. 할리우드는 모든 배우들이 동경하는 꿈의 무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할리우드 진출이 유독 그녀에게만큼은 너무도 쉬워 보인다. 추진하는 일마다 술술 풀려나가는 느낌. 할리우드를 단시간에, 그것도 두 손으로 ‘꽉’ 거머쥘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찜해둔 남자친구에게 작업(?) 걸듯이 그렇게 할리우드에 다가갔어요. ‘꼭 너 아니어도 돼’식으로 튕겨도 주고, 인기 많은 척, 바쁜 척하며 내가 가진 것 이상으로 절 포장했죠. 그런데 그게 좀 먹혀 들어간 것 같아요. TV나 영화 캐스팅 매니저와 미팅 스케줄을 잡을 때도 그쪽에서 정해주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가지만은 않았어요. 늘 제가 주도하는 편이었죠. 미국에 잠깐 잠깐 머물며 ‘이번에 안 만나면 못 본다’는 식으로 말이죠.(웃음)”
성공은 저절로 걸어 들어오는 법이 없다. 김윤진이 할리우드에서 이뤄낸 성공 역시 맘먹고 준비한 1년간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윤진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열 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가 그곳에서 자란 재미교포 출신 배우. 하지만 한국 생활 7년 만에 다시 미국에 가 새롭게 정착을 하려니 낯선 이방인이 된 듯 모든 게 낯설기만 하더란다. 집을 얻는 일부터 은행 계좌를 새로 트는 일까지 어느 것 하나 단박에 끝나는 일이 없었다. 게다가 못 말리는 길치인 탓에 그 큰 도시 LA에서 길을 잃고 헤맨 적도 다반사.
“길눈이 어두워 고생을 좀 했죠. 미팅 약속이 잡혀 있는 날이면 꼭 하루 전날 차를 몰고 나가 집에서 약속 장소까지 가는 길을 익혀두곤 했으니까요. 사실 육체적인 피로는 한국에서보다 덜하면 덜했지 더하진 않아요. ‘로스트’엔 14명의 주인공이 있고, 매회 주인공이 달라지다 보니 내가 주인공이 아닐 때는 휴식 시간이 충분하거든요. 그런데 정신적으로는 글쎄요… 요즘 혼자 있는 게 좀 힘드네요. 한국에서는 몰랐는데 미국서 혼자 살다 보니 외롭다는 느낌이 몸서리쳐지게 싫을 때가 종종 있어요.”
사실 김윤진의 할리우드 진출은 그 시기상 뜻밖의 측면이 적지 않다. 그녀가 할리우드 진출을 모색했을 당시는 영화 ‘밀애’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한국에서 배우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던 때. 그렇다고 미국에 특별한 발판이 마련돼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7년 전 재미교포로 한국에 와 배우 활동을 시작했을 때처럼 또다시 밑바닥부터 일어서야 했다. 한국에서 한창 잘나가던 때 ‘미국진출’이라는 변수를 두며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은 일. 그녀는 왜 고생을 사서 하면서까지 할리우드를, 그것도 그 시기에 고집했을까?
“전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할리우드에서 한번 활동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활동하던 와중에는 정말 시간이 나지 않아 할리우드를 떠올릴 여력조차 없었죠. 그러다 ‘밀애’ 끝내고 다음 작품을 골라야지 하는 가운데 안 좋은 일에 휘말렸는데, 그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전 소속사와 송사에 휘말리며 원치 않던 공백기를 가졌고, 그 시기에 일을 잠시 놓으면서 할리우드를 마음속에서 다시 떠올렸으니까요. 당시 한국에서 배우로서는 참 안정적인 시기였어요. 청룡영화제에서 꼭 한 번 받고 싶던 상도 탔고, 대본도 그렇게 많이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그런데 왜?’라며 의아해했지만 전 오히려 ‘이때다’ 싶었어요. 한국에서 교포 연기자가 아닌 제대로 된 배우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을 때, 배우로서 자신감이 충만할 때 더 큰 목표를 향해 도전해야 성공 확률도 높다고 판단했던 거죠.”

영화 ‘조지아 히트’로 미국서 배우로 확실히 뿌리내릴 각오

김윤진은 올해 미국에서 영화로 또 한번 활동 폭을 넓힌다. 현재 김윤진은 내년 6월에 크랭크 인하는 영화 ‘조지아 히트’의 여주인공으로 출연이 확정된 상태. 상대 배우로는 빌리 보브 손튼이 내정돼 있다. 빌리 보브 손튼은 안젤리나 졸리의 전남편으로 잘 알려진 스타. 1996년 자신이 연출한 ‘슬링 브레이드’로 아카데미에서 각색상을 받았으며, 영화 ‘아마게돈’ ‘러브 액추얼리’ ‘몬스터 볼’ 등으로 국내 팬에게도 친숙한 할리우드 스타다.
‘조지아 히트’는 1960년대 한국에서 미국인을 만나 사랑에 빠져 이민 간 여인의 삶을 다룬다. 김윤진은 미국 내에서도 영어 사투리가 가장 심한 남부 조지아에서 이방인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며 사랑을 이루는 여인의 힘겨운 여정을 그릴 예정이다.
“빌리 보브 손튼과 같이 연기할 수 있어 기뻐요. 제겐 영광이죠. 이번에 하와이로 돌아가면 그가 쓴 작품이나 감독, 연기한 작품을 꼼꼼히 찾아 연구해볼 생각이에요. 아무래도 저를 이끌어줄 대선배니까 같이 공연하면 배울 게 많지 않겠어요? 제게 한마디를 하더라도 빨리 알아듣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으려구요. 벌써부터 ‘조지아 히트’와 만날 날이 기다려지네요.”
사람에게는 평생에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했다. 그녀에게 인생에 첫번째 기회는 중학교 때 연극을 시작하며 찾아왔다. 뉴욕의 자그마한 섬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유년기를 보낸 김윤진.
“열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는데 그들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들에게 얼마나 따돌림을 당했나 몰라요. 제가 다니던 중학교엔 동양인이 딱 세 명뿐이었거든요. 어느 누구도 친구가 되어주지 않아 항상 우리 셋이서만 몰려다녔죠. 안 그래도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에 따돌림까지 당했으니 어린 맘에 상처가 얼마나 컸겠어요. 그러다 연극을 시작했고, 8학년(중학교 3학년) 때 초라한 학교 연극이지만 주인공을 맡았는데 참 신기하데요. 하루아침에 친구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때 생각했죠. 이런 게 무대, 영화, 혹은 음악, 예술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구나.”
그녀에게 찾아온 두번째 기회는 영화 ‘쉬리’였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그녀의 이름 앞에는 ‘쉬리’라는 두 글자가 그림자처럼 따라 붙었다. ‘쉬리’가 배우 김윤진의 연기 인생에 확실한 터닝 포인트가 되어줬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 그렇다면 그녀에게 찾아온 세번째 기회는 ‘로스트’? 여기서 김윤진은 살짝 고개를 가로젓는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로스트’는 아니에요. ‘로스트’는 그냥 할리우드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되어준 고마운 작품 정도로 기억할래요. 영화 ‘조지아 히트’가 잘 되면 또 모르죠. 그것이 제 배우 인생 세번째 전환기가 될 수 있을지도. 꼭 그렇게 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외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재미교포들 사이에서도 ‘한국 배우’ 김윤진이 열연하는 ‘로스트’는 인기 절정.
“‘로스트’에 대한 교포분들의 애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요. ‘로스트’를 주제로 토론까지 할 정도죠.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핼러윈 때 사람들이 다들 변장을 하잖아요. 어느 모임에 갔더니 한 교포 커플이 ‘로스트’에서 제가 연기하는 ‘선’과 그의 남편 ‘진’의 변장을 하고 있는 거 있죠?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김윤진의 나라 사랑도 교포들 못지않다. 사실 김윤진은 미국인이 발음하고 기억하기에 쉽지 않은 이름. 하지만 그녀는 미국서 활동할 때도 자신의 한국 이름을 고집하고 있다.
“영어 이름으로 바꿔볼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결론은 ‘배우가 연기만 잘하면 됐지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한가’였어요. 사실 이름 때문에 곤란할 때도 많아요. 일단 발음이 힘드니까 스태프들이 제 이름을 잘 부르지 못하더라구요. 한번은 촬영이 시작된 지 한 달쯤 지났는데, 한 스태프가 절 ‘선진’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아마도 제 극중 이름은 ‘선’인데 또 ‘진’이라는 캐릭터도 있지, 제 실제 이름은 ‘윤진’이지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나 봐요. 웃긴 했지만 짜증을 좀 크게 냈어요. 너무 하지 않느냐구요. 그랬더니 스태프들이 그뒤로는 실수를 안 하더군요. 저는 스태프들의 이름을 다 아는데, 그들은 제 이름을 모른다. 그건 말이 안 되죠. 안 그런가요?”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미국 시장에서도 기죽은 모습 한 번 모이지 않고, 뚝심 좋게 자신의 가치를 높여가는 김윤진은 한국 활동 역시 열정적으로 해나갈 생각이다. 그녀는 현재 영화 ‘12월의 일기’에 신화의 멤버 에릭과 함께 캐스팅된 상태.
“미국에 나가보니 한국에서 활동한 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되더라구요. 그런데 어떻게 제가 한국 활동을 게을리 할 수 있겠어요. 미국 활동 못지않게 한국 활동 또한 열심히 할게요. 많이 응원해주시고, 지켜봐주세요.”
배우로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하루 하루를 살고 있는 김윤진. “2005년 한 해도 지난해만 같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희망찬 목소리에서 한국 영화의 밝은 미래를 점쳐볼 수 있었다면 너무 섣부른 판단일까? 아무쪼록 그녀의 야심찬 도전이 더욱 큰 빛을 발해 한국 배우·감독·영화의 위상을 높이고, 그녀로 인해 ‘제2의 김윤진’이 계속해서 탄생되기를 기대해본다.

글 / 최은영 기자 사진 / 강예지

레이디경향 2005-02-22 16:06:15

멋지다..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줄 아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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