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이유로 마시는 술은 우리를 파국으로 끌고 간다. 2022년, 알코올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5033명에 달한다. 같은 해 조사에서, 음주 경험이 있는 사람 중 14.2%가 고위험 음주자라는 결과도 있다.
술의 친근한 이미지는 유튜브, OTT 등을 통해 퍼지고 각인된다. 2014년 정점을 찍고 꾸준히 줄던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22년 처음으로 반등했다. 15세 이상 1인당 알코올 소비량도 같은 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우리와 지나치게 가까워진 술, 이대로 괜찮은 걸까.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는 알코올 사용 장애를 중독 장애로 분류한다. 알코올 사용 장애는 건강과 사회적·직업적 측면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지만, 음주를 중단하거나 조절할 수 없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의학적 질병이다. 우리 뇌에서는 보람이나 성취감, 사랑 등을 느낄 때 도파민이 분비된다. 알코올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는데, 다사랑중앙병원 안민철 원장은 “알코올과 같은 인위적 물질은 자연적으로 얻어지는 보상보다 강력한 반응을 유발한다”며 “더 쉽게, 더 강한 쾌감을 경험한 뇌는 계속해서 음주 행위를 반복하다 결국 통제력을 상실한다”고 말했다.
알코올은 중독에 빠지기 쉬운 물질이다.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에 발표된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 논문에서는 20가지 중독성 물질의 의존성을 분석했다. 쾌감과 정신적·육체적 의존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알코올의 의존성은 헤로인, 코카인, 니코틴, 바비튜레이트의 뒤를 이었다.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명승권 교수는 “이는 국내에서 마약류로 지정된 대마초, 향정신성의약품인 암페타민, LSD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알코올은 1급 발암 물질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의학적·과학적 근거에 따라 여러 물질의 발암성을 분류했다. 그중 1군은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한 물질로, 알코올은 담배·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석면 등과 함께 1군에 속한다. 지난 2016년 10년 만에 ‘암 예방 수칙’이 개정됐는데, 보건복지부는 “술은 하루 2잔 이내로만 마시기” 부분을 “암 예방을 위해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로 강화했다.
알코올이 체내에서 대사될 땐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 물질이 나온다.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명승권 교수는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대사된 후 ▲DNA에 돌연변이를 유발하거나 ▲활성산소종 생산을 촉진하거나 ▲에스트로젠을 증가시키거나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여러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음주는 신체 곳곳을 파괴하며 구강암·식도암·대장암·유방암·간암 등 다양한 암 발생 위험을 키운다. 명승권 교수는 “한 잔 내외 소량의 음주가 모든 암종의 발병 위험을 높이진 않지만, 여성의 유방암과 남성의 대장암 발생 위험은 키운다”고 말했다. 외에도 음주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생활습관병을 유발해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을 초래한다.
알코올은 뇌도 마비시킨다. 기억력 감퇴, 조절 능력 상실 등 전반적인 뇌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흔히 ‘필름이 끊긴다’고 표현하는 블랙아웃 현상은 단기 기억 상실의 일종이다.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기관인 해마가 알코올에 마비돼 발생한다. 잃어버린 기억이 하루하루 쌓이면 결국 뇌는 망가진다.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면 뇌세포, 특히 기억 세포 손상이 누적돼 경도인지장애가 생기고, 알코올성 치매까지 이어진다. 알코올성 치매는 잦은 과음이 원인이기 때문에 나이에 상관없이 술을 마시는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진행되지만, 금주만으로 악화를 막을 수 있기도 하다.
간혹 다른 질환의 증상을 완화하려 술을 찾기도 한다. 특히 술을 마셔야만 잠에 드는 사람이 있는데, 오히려 수면의 질은 떨어진다. 안민철 원장은 “음주로 심장박동이 빨라지면 체온이 상승하고 뇌가 자극을 받아 깊은 잠을 잘 수 없다”고 말했다. 알코올은 호흡 중추 기능을 떨어뜨려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등을 유발한다. 또, 신장이 물을 다시 흡수하게 해 소변량을 줄이는 항이뇨호르몬 바소프레신 분비도 방해한다. 이뇨 작용을 촉진해 탈수 증세가 나타나고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우울과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도 위험하다. 술을 마시면 쾌락 호르몬이 일시적으로 증가해 기분이 좋아지지만, 반복될수록 더 많은 양의 알코올이 필요해진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 더 큰 불안과 우울이 몰려오는 악순환이 생긴다. 안 원장은 “알코올 사용 장애는 초기에 치료할수록 회복이 빠르고, 오랫동안 방치하면 가족의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가중된다”며 “빨리 술을 끊고, 어렵다면 병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하라”고 말했다.
술의 친근한 이미지는 유튜브, OTT 등을 통해 퍼지고 각인된다. 2014년 정점을 찍고 꾸준히 줄던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22년 처음으로 반등했다. 15세 이상 1인당 알코올 소비량도 같은 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우리와 지나치게 가까워진 술,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알코올, 암페타민·LSD보다 의존성 높아”
알코올은 중독에 빠지기 쉬운 물질이다.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에 발표된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 논문에서는 20가지 중독성 물질의 의존성을 분석했다. 쾌감과 정신적·육체적 의존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알코올의 의존성은 헤로인, 코카인, 니코틴, 바비튜레이트의 뒤를 이었다.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명승권 교수는 “이는 국내에서 마약류로 지정된 대마초, 향정신성의약품인 암페타민, LSD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1급 발암 물질’ 알코올, 한 잔도 위험
알코올이 체내에서 대사될 땐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 물질이 나온다.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명승권 교수는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대사된 후 ▲DNA에 돌연변이를 유발하거나 ▲활성산소종 생산을 촉진하거나 ▲에스트로젠을 증가시키거나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여러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음주는 신체 곳곳을 파괴하며 구강암·식도암·대장암·유방암·간암 등 다양한 암 발생 위험을 키운다. 명승권 교수는 “한 잔 내외 소량의 음주가 모든 암종의 발병 위험을 높이진 않지만, 여성의 유방암과 남성의 대장암 발생 위험은 키운다”고 말했다. 외에도 음주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생활습관병을 유발해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을 초래한다.
단기 기억 상실을 넘어 알코올성 치매까지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면 뇌세포, 특히 기억 세포 손상이 누적돼 경도인지장애가 생기고, 알코올성 치매까지 이어진다. 알코올성 치매는 잦은 과음이 원인이기 때문에 나이에 상관없이 술을 마시는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진행되지만, 금주만으로 악화를 막을 수 있기도 하다.
술은 그 어떤 것의 도피처도 될 수 없어
우울과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도 위험하다. 술을 마시면 쾌락 호르몬이 일시적으로 증가해 기분이 좋아지지만, 반복될수록 더 많은 양의 알코올이 필요해진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 더 큰 불안과 우울이 몰려오는 악순환이 생긴다. 안 원장은 “알코올 사용 장애는 초기에 치료할수록 회복이 빠르고, 오랫동안 방치하면 가족의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가중된다”며 “빨리 술을 끊고, 어렵다면 병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하라”고 말했다.
한희준 기자 hj@chosun.com윤승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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