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참 쉬 먹는다.
아직은 한참 어리지.. 하고 넉 놓고 있으면 어느덧 이 나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우리 선배들도 그러하였을 것이다.
오늘은 연구소 후배랑 점심을 같이 먹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한참 팔팔 했을 때 만난 신입사원 후배다. 한참 이야기 하다보니 그 친구가 그때의 내 나이가 되어 있었다.
세월의 무상함을 이야기 하기도 잠시.. 파릇파릇한 새내기인줄만 알았던 후배가 나와 같이 늙어가며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니 씁쓸함이 앞선다. 난 또 그의 배의 인생을 살았는데 선배로서 해줄 이야기가 참 곤궁하다. 얼마나 같은 레파토리를 욹어내며 살아야 하는걸까...
그 사이 난 무얼하고 살았을까 그때 그 독특한 멤버들은 나름 자기 살 길을 찾아 자기의 길을 가고 있다. 성격이 불같던 친구는 입사 1년도 안되어 치의예대학원을 다닌다더니 벌써 개원을 했다 하고
꼼꼼히 일을 챙기고 기술적인 부분도 나름의 재량으로 잘 정리해주던 친구는 특허원에 5급 사무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내 벤처를 하겠다던 생각이 많은 친구는 아직도 생각만 하고 있고 딴지 걸기 좋아하던 친구는 어딘가에서 또 사업상 딴지 걸며 살고 있겠지..
그때 난 한참 어렸던 것 같다. 어리고 모르면 용감하다 했던가. 그냥 용감하기는 했는데 사람들을 잘 다스릴 줄은 몰랐던 것 같다. 내 또래의 독특한 친구들과 어울려서 그냥 버겁다고만 했었다. 뭐 그러한 날들이 밑거름이 되어 지금의 내가 되었을지 모르나.. 지금 내가 그러한 일을 한다면 더 잘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독특한 사람들을 잘 엮기만 했어도 뭐라도 하나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은 대부분 자신의 현재 상황을 뛰어넘거나 뒤집고 나가지 못하는 소극적인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만 남는 회사에서 창의경영이니 뭐니 말로만 외쳐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냐.. 더 자유롭고 더 분방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야 나와 같은 사람들이 덜 남아있을텐데.. 얌전하고 유순한 사람들만 남아있다.
어쨌든 세월이 참 빠르고.. 하루하루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으나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나를 이만큼 떠밀어 왔다. 떠밀려 살지 않고 개척하며 살았으면 좋겠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 떠밀림이 더 발전적이었다면 떠밀려 살았어도 후회가 덜 할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파릇파릇 의기충천한 젊은 직원이 이젠 눈앞의 현실을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면서 선배로서 마음이 아프다. 이제는 각자 제분야에서 뭔가를 이뤘을 나이, 어디서든 내세울 게 있는 경력이 되었어야 하는데 참..
나 또한 그러하다. 매일매일은 열심히 사나 그러한 나날의 삶이 이뤄낸 현재의 내가 얼마나 무기력한지. 회사가 직원들에게 불안만 조성하는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비전을 꿈꾸게 하는 그런 회사였으면 좋았을텐데.. 쉽지는 않은 일이나 세상이 변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나..
사실은 아주 많이 억울하다. 개처럼 일하진 않았지만 매순간 나의 상사가 나의 회사가 원하는 바를 충성스럽게 이행해 왔는데 내게 남는건 나와 동료들에게 남는건 니들은 능력이 없다는 그런 이야기. 돈벌이로 다니는 회사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꿈을 꾸게 하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그런 회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생각이 넘 앞섰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