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15일 토,일,월 로 이어지는 휴가가 내 간을 망쳐놓았다. ㅋ
토요일은 나사모 모임에서 3코스인 방이생태경관보존지역엘 갔다. 9호선 끝자락이라 비도 오고 그래서, 잠깐 들렀다가 빈대떡, 파전을 먹으려 나섰으나 마침 어렵게 찾아간 "순희네 빈대떡"이 폐업하여 방이동시장을 어슬렁거리고, 송파 먹자골목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마침내 들어간 음식점은 생태찌게와 동태전 모두 맛이 훌륭하였다.
우선 늦은 점심에 막걸리 여러잔을 마시고, 석촌호수 카페에선 커피대신 와인한잔을 마신 후 집에 돌아왔다. 집에 와서 굳이 와인 한병을 땄으나 1/3가량을 남기고 잠이 들었다.
일요일은 별다른 스케줄도 없고 청소와 빨래만 잔뜩하면 되는 날인데, 어제의 과식과 과음에 대한 보상으로 아침부터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햇살이 따가운 오전시간이라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운동하려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한달에 두번 있는 휴무일이닷. 집으로 돌아와 썬크림을 바르고 모자를 쓰고 중앙공원을 한바퀴 하러 나갔다. 5키로 정도를 걷고 돌아오니 아직도 잠의 마수에서 깨어나지 못한 둘째 고삼이가 영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둘째 딸에게 줄 점심 식사를 준비... 남편은 축구 후에 식사까지 하고 온 모양이다. 괴씸한 남편.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나의 믿음에 큰 상처를 주었다. 별일 아닐 수도 있는 거지만, 누군가에게는 배신감이 들게 하는 일이다.
누군가와 바람을 피워야만 치팅인가, 부러 말하지 않고 은근슬쩍 딴 짓하는 것도 치팅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그렇게 한군데씩 무너지면 다시 돌아오기가 힘들다. 므튼, 글서 둘째 아이가 독서실을 가기만 하면 와인한잔 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겨우겨우 2시쯤에나 독서실을 가고, 난 바지락술찜파스타를 해서 와인과 함께 맛있게 냠냠. 골프 중계 시청.
그르다 나의 해방일지를 보게 되었다. 구씨 은근 매력있는 눈빛이다.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과 초라한 아버지, 아버지를 모시고 살 걱정의 아들... 조직세계로 돌아간 구씨, 서로를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내 편일 필요는 없다. 단 한 사람, 단 한 사람만 있으면 세상은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변한다. 그런데 살다 보니 한 사람, 한 사람씩 실망하고 내 맘에서 내 곁에서 놓아주고 나니 외롭다.
나는 천천히 변해가는 구씨인가. 아침부터 술을 들이키고, 술에 취해 엉망진창 기억나지 않고, 그러나 아직까지 환각이나 환청은 없으니 다행이지 않는가...
월욜엔 스크린모임이 있었다. 찌푸둥한 몸으로 꾸역꾸역 잘 쳤지만... 끝나고 또 호프집 가서 나홀로 와인 한병. 분명 치킨이랑 김치오뎅탕을 먹었는데 (feat. 라면사리) 집에 돌아오니 자꾸 아쉬워서 뭔가를 집어먹고 와인도 더 마시고. 열대야는 없었지만, 자는동안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불편했다.
화요일 출근해서는 교수님께 욕을 바가지로 먹고, 나 자신의 가치가 훼손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존감에서도 자기효능감/유능감을 너무 높게 세운다고 한다. 내가 어딘가에 가치있게 쓰여야만 자존감이 올라간다니...) 앞날을 걱정하며 집에 돌아와 해물누룽지땅 국물쫄볶이를 1인분씩 해서 해치우고
죄책감에 운동을 나갔다. 중앙공원을 한바퀴 돌고 와서, 더이상 와인은 마시지 않고 맥주 1캔으로 마무리했다. 나로써는 굉장한 발전이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마시고 있었는데, 술은 마시지 않고 나의 해방일지를 마저 시청했다. 대락 2시쯤 되어서야 드라마가 끝나고, 자리를 깔고 누웠으나 바로 잠들지 못해서 윌라 오디오북 세컨드 라이프를 듣다가 1시간 취침예약으로 잠이 들었다.
므튼, 역사적(?) 최근 들어선 없었던 절제의 날이다. 오늘도 10시쯤 마무리 하고 멀쩡하게 잠이 들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여러 사람들의 독특함이 나오지만, 그중에서도 이민기의 전여친이... 본인은 본인을 불살라야만 사는 것 같다고 한다. 왠지 모르게 공감이 든다. 술을 마셔도, 운동을 해도, 일을 해도 뭔가 과몰입하지 않으면 사는 것 같지가 않다. 너무 많거나 힘든 일이 있을까봐 피해 다니면서도 넘쳐나는 체력은 (혹은 정신일지도) 방전시키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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