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로 읽고 들었다.
오디오북도 있고, 전자책도 있으니 참 편한 세상이다. 분량이 생각보다 많아서 며칠 걸렸는데... 특히 밤에 취침용으로 듣다가 오싹하여 잠을 설치기도 하였다.
정유정 소설 - 완전한 행복을 읽고 감짝 놀라, 작가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마침 밀리의 서재에 "종의 기원", "7년의 밤" 두 권이 있어, 나의 지루한 일상을 채워줬다.
7년의 밤을 들으며, 성우가 읽어주는 문장 문장 사이에서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듣는 소설의 재미는 조급한데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다음 순간이 궁금한 이런 스릴러 같은 작품은... 오히려 자제심을 배우게 해주는 것
참지 못하고 전자책을 읽다 보면, 세세한 장면묘사나 주고 받는 대화를 순식간에 주의없이 지나쳐 버린다. 어서 이야기의 근원적 질문과 해답으로 다가가고 싶어진다.
세령마을, 호수, 포수, 승환, 서원, 은주, 그리고 영제까지 저마다 각자의 스토리가 있다. 누가 제일 불쌍할지, 저마다 자신이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고 서사를 풀어낸다.
먼저, 살인자의 아내, 은주부터 이야기 해보자. 좀 억울한 생각이 든다. 술집 작부의 딸로 태어나 엄마처럼 살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나.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어린애 같은 남편을 들들 볶아서 정상적인 일상을 구축하려 애쓰는데... 딱 한가지 동정심을 유발시키 못하는 게 있다. 그녀는 실상 그녀가 하고픈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 것 같다. 열심히 산다는 건 인정, 그렇지만 벨이 꼬이는 건 또 못참는 성격인거다.
최현수 - 어이없는 실제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이런 인물이 탄생한다는 게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월남에서 돌아온 최상사 (아버지)로부터 갖은 곤혹을 겪으며 어린시절을 보내고, 야구를 하고 싶으나, 이를 반대하는 아버지를 골로 보내고 (우물에 빠져 죽음). 고등학교때까지 야구로 빛을 보는 듯 했으나, 부상과 심리적 불안으로 인한 마비증세, 용팔이가 되고, 그러다가 결국 선수생활을 끝내고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경비회사 직원이 되었다. 몸은 거구이나 마음은 아직 어린, 성숙하지 못한 아이. 음주를 밥 먹듯 하고, 습관적인 음주운전을 하고. 자신의 잘못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꾸 숨고 피하는 어리석은 아이. 다만 자신의 아들 서원에 대해서만은 남다른 사랑과 책임감이 있었다.
슬픈 인생이다. 어디를 보아도 행복하고 안도감이 느껴지는 곳이 없는...
그에 비해, 아저씨인 승환은 불우한 환경과 자라온 삶에 비해 조금은 더 성숙한 사람이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고, 물론 외면한 것도 있지만. 용기있게 나서지 못해 결국은 큰 재앙을 촉발하게 하였지만.
영제도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사이코는 태어나는 것일까 길러지는 것일까? 자기 것에 대한 병적 집착은... 사이코는 아무래도 똑똑한 사람들 중에 있는 것 같다. 머리도 좋고, 물려받은 재산도 있고, 남부러울 것 없는 자신으로서는 나와 내가 가진 것 모두가 반듯해야 한다고.
작가가 치밀하게 구성하고 글의 주인공들이 살아 움직이면서 박진감 넘치는 책이 되었다. 최현수의 아들, 서원이가 더이상 아버지의 불운 아래 살지 않고 성숙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앞길을 헤쳐나가는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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