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스 이야기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하여 다시 이야기한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사랑의 본질, 환상의 본질이 들어 있기에 프로이트가 그것에 반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 위에 비친 내 모습을 타인으로 착각하고 사랑에빠지는 나르시스. 자신을 대상으로 착각하는 환상. 우리는 연인의 얼굴에서도 자신의 모습만을 보고 모든 이념 속에서도 제 얼굴만 보는 것은 아닐까. 연인이란 내가 세운 이상적 자아이고 그것과의 합일은 원하는 것은 내가 그것이 되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고 프로이트는 말한다. 대상이란 또 하나의 독립된 인간일 뿐 결고 내가 될 수 없는데 그렇다고 믿는 본능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고통을 겪고 상처를 주고 배반의 쓰라림을 겪는가.
그가 가설로 내세운 무의식, 유아기 성, 쾌감원칙은 인간 속에 내재하여 결코 사라지지 않는 원초적 나르시시즘이다.
무엇이 밟히고 억눌려왔던가. 개발의 논리에 짓밟혀온 환경파괴, 백인이 주도한 민주화에 의해 억압되어온 흑인, 남성이 이끌어온 가부장제가 억압한 여성, 제1세계가 억압한 제3세계, 이성이 억압한 감성, 서구 합리주의가 억압한 동양의 비합리주의, 말하기가 억압한 글쓰기 등 20세기 중반부터 '포스트'라는 접두어를 붙이며 일어난 온갖 사회, 문화 운동은 산업화와 민주화가 억압해온 것들의 흔적이 쌓이고 쌓여 터져나온 과거에 대한 반성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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